2015년 2월 22일 일요일

2. 실수: 外産 팟타이 소스로 버무린 닭가슴살 콩나물 볶음밥 = 5900/3 + 1500/3 + 기타 1000 = 3467원



 프롤로그

 실수를 했다. 닭가슴살의 비린내를 생각지 못했다. 그래서 한입마다 복불복이었다. 어떤 건 비리고 어떤 건 괜찮아서. 비린 맛이 은근히 풍기는 조각을 씹을 때는 원시인이 된 것 같았다.



 1. 재료 선택

 많이 사다놓아봤자 버리는 게 더 많은 것이 1인가구의 삶이다. 그래서 그때그때 필요한 것을 사오고자 한다. 오늘은 뭘 먹어야 할지 고민이 늘 되지만, 일단 마트에 가서 내 몸이 원하는 음식을 고르는 편이 제일 낫더라. 몸에서 원하는 음식이 그때그때 다르기 마련이다. 손이 가는 것을 고른다.

 먼저 세 덩이가 한 팩을 이루는 특가 5900원짜리 닭가슴살을 샀다. 단백질 섭취를 위해 가능한 한 생고기를 먹자는 마음이 들어서 소시지 코너를 지나 닭을 만나게 된 것. 얼마 전에 돼지를 먹었으니 돼지 패스.. 소가 느끼하게 여겨지는 날이어서 소 패스.

 달달 볶은 숙주의 맛이 먹고 싶었으나 콩나물이 눈에 보였다. 풀무원 무농약콩나물 1500원짜리. 콩나물에도 성장제와 농약을 많이 사용할 수 있다. 농약이야 닦으면 된다 쳐도 성장제 들어간 건 왠지 꺼림칙하다. 안 그래도 될 애한테 그런 기분이랄까. 콩나물이 기르기 어려운 작물도 아니고. 게다가 이번에 산 풀무원 콩나물은 3번 닦아서 나온댄다. 여러 번 씻을 필요 없으니 굳. 콩나물은 싼 가격에 많이 살 수 있는 재료지만, 식구가 많지 않을 때는 많은 양도 부담이 된다.



 2. 그냥 볶으면 심심하겠지

 볶음밥을 해먹기로 했다.
 밥이 먹고 싶고, 간단하고, 맛있으니까.

 한 덩이를 깍둑썰기하였다. 양파는 자그마하고 균일하게 잘랐다.

 닭고기만 넣으면 심심할 터이고, 야채볶음밥도 아니니 소금만 넣어도 맛있을 리가 없다. 무언가 소스가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예전에 락앤락에 넣어두었던 '남은' 팟타이 소스를 꺼냈다. 팟타이용 면과 소스가 동봉된 외국산 인스턴트 팟타이를 해먹다가 소스가 너무 많아서 남겨놓은 것이었다. 이 인스턴트 팟타이는 인스턴트여도 소스에 별다른 인공조미료가 없었다. 다만 서양인의 입맛에 맞게 토마토소스(설탕포함)를 주로 넣어서 달았다. 게다가 팟타이소스처럼 보이려고 식초를 넣어서 결과적으로 달고 셨다.


△ 왜 가로로 안 올라오는지 모르겠다..


 닭살도 밍밍하니까 이런 자극적인 소스로 볶으면 맛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준비를 이렇게 마쳤다.

 여기서 문제는 앞서 말했듯이 닭비린내에 대한 조처가 없었다는 것.
 저 닭에 술을 붓든 우유로 재우든 뭔가 했어야 했다.
 술을 넣거나 우유에 재우면 닭 비린내가 효과적으로 없어진다.



 3. 볶아 먹었다. 

 콩나물은 잘못 조리하면 풋내가 난다.
 그래서 콩나물을 삶을 때 풋내가 안 나려면 뚜껑 열지 마라, 뚜껑을 열려면 마늘이나 소금을 넣어라 등등의 얘기들이 있다.
 하지만 볶음밥에 넣기 위해 콩나물을 따로 삶는 것은 귀찮은 일이다. 그래서 달군 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소금을 적당량 뿌려서 달달 볶았다. 그러면 풋내가 안 난다. 기름과 뜨거움 때문인지 소금때문인지는 무지하여서 모르겠다.


△ 닭이 익을 때까지 잘 볶아야 한다.


 콩나물을 달달 볶아 숨을 죽이기 직전에 양파를 넣고 같이 달달 볶다가 팟타이소스 묻힌 닭가슴살까지 넣고 달달 볶는다. 센 불로 계속 타지 않게만 볶는다. 이렇게 센 불로 달달 볶으면 소스와 야채가 살짝 캬라멜화(caramelized)되면서 고소하고 맛있다.

  
(이것도 왜 가로로 안 나오는지..)


 밥까지 넣고 달달 볶는다. 밥알들이 뭉치지 않고 골고루 팬에서 볶이도록 하고 주걱으로 밥알들을 흐트러트리되 힘을 많이 주면 밥알들이 뭉개지므로 힘조절을 해가며 볶는다.




 그릇에 담아 먹었다. 그릇이 라면 그릇(혹은 만두국집 그릇)이라 국물이 없는 볶음밥 1인분에게는 크다. 옆의 당근은 약 3주전에 제주흙당근이라고 해서 호기심에 한 개 사다놨다가 흙 씻기가 너무 귀찮아서 놔두었던 것. 당근이 먹고 싶어서 열심히 새카만 흙을 씻고 감자칼로 껍질을 다듬어 생으로 먹었다. 흙 속에 있어서 냉장고에서 그나마 버텨준 것 같다.



 에필로그

 맛있었다. 닭조각 몇 개에서 닭비린내 났던 것 빼고는.
 닭은 굴러다니는 조각 같이 딱닥(딱딱은 아님)해질 때까지 조리해야 잘 익은 것이었다.
 어머니께서 예전부터 말씀하시길, 닭과 양파와 후추 약간을 같이 재웠다 요리해 먹으면 맛있다고 한다. 맛도 맛이지만 닭비린내가 잡혀서 그 레시피가 좋은 레시피였던 듯. 


 해를 거르지 않고 조류독감이 유행이다. 철새가 옮기는 어쩔 수 없는 바이러스성 질병이라는 의견과 닭 등을 병들게 만드는 사육환경이 문제라는 의견이 있다. 개인적으로 후자에 더 믿음이 간다. 우리가 먹는 동물의 고기들이 어떻게 사육되는지를 직간접적으로 알게 되고 나서 더욱 그렇다. 

 *주간경향에 실렸던 관련 책 서평: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6&artid=201407141609301 



 작년 가을쯤이었던가.. 이 영상을 보면서 뭉클해지고 소들에게 너무 미안해졌었다.
 인간도 하나의 동물이거늘 어찌 소라고 행복을 모르겠어. 안 먹자니 우스우므로 가려먹고 적당히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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